안녕하세요! 엘리펀트컴퍼니 그로스 리드 김민주입니다. 얼마 전 출산휴가를 마치고 곧 4개월이 되는 아기 엄마가 되어 돌아왔어요. 아직도 엄마가 되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아기를 키우면서 일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것은 도대체 어떤 삶일까? 해보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그 세계에 어느새 안착해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복직 한 달 차의 솔직한 후기를 남겨 보려고 해요. 출산 후 복직을 앞두고 저처럼 막막한 마음이신 분들께 작은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엘리펀트가 어떻게 일하는 팀인지 궁금하셨던 분들께는 미리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년차 중견 직장인, 0년차 워킹맘이 되다
먼저 직업인으로서의 저를 소개하자면, 어느덧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 중견 직장인(!)입니다. 일하는 법은 이제 얼추 알 것 같은데,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일하는 것, 워킹맘으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서는 한 달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이어왔는데요. 그러다 보니 같은 팀에 양육자가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제 모습도 잘 그려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엘리펀트에 와보니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도 누구보다 빡세게 하고 계신 예지님, 은정님이 계시더라고요. (업무뿐만 아니라 틈틈히 스터디까지 하면서 업계 트렌드도 놓치지 않는 멋진 어머니들) 두 분을 만나 이렇게 일과 삶을 함께 풍요롭게 꾸려나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뒤로 막연하기만 했던 ‘아기를 키우며 일하는 나’를 어렴풋이 그려 보게 되었어요. 나도 이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의 영역으로요.
복직 한 달 차, 생각보다 할 만한데? 아니 너무 좋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직접 그 생활에 뛰어든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잖아요. 엘리펀트 팀에서 출산을 맞이한 첫 번째 팀원이기도 해서 저를 포함한 팀 전체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복직 한 달차, 놀랍게도 지금 그 어느때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아기가 예쁘긴 하지만… 하루 종일 아기만 볼 때는 늘 졸리고 지쳐 있었거든요. 아기랑 있는 시간도 제약이 생기니까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적극적으로 보내게 되고요.
반대로 일하는 시간에는 더 몰입할 수 있게 됐어요. 일하는 시간이 곧 오롯이 저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출근하는 마음이 놀러가는 것처럼 즐거워졌고요. 예전에는 세월아 네월아 야근하는 날도 있었는데 이제는 물리적으로 그럴 수가 없으니 일하는 시간에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어요.


빠른 적응의 비결 1. 출산휴가 중 집에서 미리 준비한 것들
복직하기 전에는 반신반의했었는데 어떻게 빠르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는지 저도 신기했는데요. 이번 글을 쓰면서 한번 되짚어 봤습니다.
육아도 살림도 시스템으로 만들기
복직이 코앞에 닥쳐오자 일상을 재정비해야 했어요. 처음 출산하고 나서는 허둥지둥 초보 부모로 적응해나가다, 점차 아기를 보는 게 익숙해지고 저녁에 드라마 한 편 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난 후의 일상도 감당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였죠.
일상에서 가장 효율화해야 하는 게 뭘지 살펴봤더니 냉장고 정리였어요.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하는데 집에 있는 줄 모르고 또 사거나, 있는 줄 모르고 썩혀서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였거든요. ‘클로드 코드로 하면 딸깍이라는데 직접 앱을 하나 만들어 볼까?’ 해서 냉장고 재고관리 앱, ‘냉장고를 부탁해’를 만들었어요. 영수증 사진을 올리면 AI가 품목을 읽어서 등록해주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도 추천해줘요.
여기서 자신감이 붙어서 아기 수면교육 기록 앱도 만들어 봤어요. 아기가 5주에 접어들면서 수면교육을 바로 시작했는데, 그 기록을 아이폰 메모장에 계속 기록하다보니 스크롤의 압박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메모장이 아니라 전용 앱을 만들어 써보니 한층 더 편해졌어요.




잠들어 있던 업무 감각 깨우기
이렇게 클로드 코드로 앱을 만들다보니 한동안 쉬고 있던 뇌기능이 번쩍 깨어났어요. 또 빠르게 바뀌는 AI를 공부해야 한다는 부채감이 늘 있었는데, 일에서 몇 달 떨어져 있다 보니 오히려 놀이처럼 신나더라고요.
덕분에 복직하고 얼마 안 돼 사내 AI 에이전트 엘리(eli)가 에러 메시지만 뱉어낼 때도 당황하지 않고 고칠 수 있었고요. 엘리펀트에서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커머스 콘텐츠 허브, 코아티(Coati) 구현도 제가 맡게 되었어요. 복직 준비로 시작했던 일이 이렇게 업무 역량으로 바로 연결될지는 몰랐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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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상상 복직하기
시스템을 만들어두고 일상을 재정비하면서도 복직이 1~2주 앞으로 다가오니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어요. 일을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잘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상상 복직’을 해 봤어요. 첫날 출근해서 뭘 할지 미리 정해 둔 거죠.
제가 정한 첫날 할 일은 ‘사내 에이전트 엘리랑 지난 히스토리 살펴보기’였어요. 휴가 동안 바뀐 사내 에이전트 사용 규칙을 정리해 달라고 하고, 슬랙 대화를 보고 휴가 기간의 주요 아젠다를 브리핑해 달라고 했어요. 제가 모르는 사이 시작된 프로젝트, 새로 쓰기 시작한 도구, 지금 진행 중인 고객사, 앞으로 진행될 일까지요. 실제로 이게 그동안의 흐름을 빠르게 훑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일하는 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복직 당일의 부담이 절반으로 덜어진 것 같아요.
빠른 적응의 비결 2. 팀에서 함께 준비한 것들
돌아보면 임신 소식을 알리기 전부터 복직하는 날까지 팀이 같이 준비했던 것들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임신하면 제일 먼저 알려 달라던 대표님
엘리펀트에 입사할 때부터 예지님이 지나가는 말로 가족계획을 물어보셔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당장은 아니지만 출산 계획이 있다고 했더니, 임신하면 꼭 제일 먼저 알려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이런 말을 미리 해주시지 않았다면 팀에 언제 알려야 할지부터도 고민이 되었을 것 같아요.
작년 10월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리고, 그때부터 천천히 5월에 시작될 출산휴가 준비에 들어갔어요. 우리 팀에서 본인 출산휴가를 쓰는 건 제가 처음이기도 했고, 업무를 완전히 인계하고 가야 했기 때문에 예지님, 은정님과 원온원에서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했습니다.
팀원들을 위해 쓴 업무 가이드가 복직에도 도움이 됐어요
출산휴가를 앞두고 가장 큰 숙제는 인수인계였어요. 막상 시작해 보니 생각보다 정리할 게 정말 많더라고요. 대시보드 가이드, 알리펀트(팀내 에이전트) 운영 가이드, 리드 너처링 세팅 가이드까지… 제 머릿속에만 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서 문서로 옮겼어요.
돌아와 보니, 이 가이드들이 가장 큰 도움이 된 사람은 사실 저였어요. 팀원들을 위해 쓴 문서였는데, 제가 했던 일들을 꼼꼼히 적어 둔 덕분에 몇 달이 지나도 빠짐없이 다시 떠올릴 수 있었거든요.

돌아왔을 때는 ‘재온보딩’부터
복직 첫 주에는 재온보딩을 했어요. 바로 일에 뛰어드는 게 아니라, 제 R&R을 다시 조정하고 앞으로 어떤 업무에서 기여할지부터 같이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사이 회사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들을 수 있어서 맥락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요.
첫 주에는 팀원들이 각자 진행하고 있는 업무도 공유받았어요. 처음 입사했을 때 온보딩처럼요. 지금 회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을 들으면서 모르는 건 그때그때 깊이 물어보기도 하고, 서로 근황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에요.
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팀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엘리펀트라서 가능했던 것: 따로 또 같이
2년 전 합류 소감을 쓸 때도 엘리펀트의 ‘따로 또 함께’ 일하는 방식을 자랑했었는데요. 아기와 함께 돌아오고 나니 그 방식이 또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원격근무, 에너지를 아끼는 가장 큰 장치
엘리펀트는 원격으로 일하는 팀이에요. 저는 원래도 원격 근무 예찬론자이지만, 아기와 함께 복직하고 보니 원격근무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출퇴근을 해야 했다면 아직 어린 아기와 떨어져 있는 시간도 길었을 테고, 복직하는 마음도 무거웠을 것 같아요. 지금은 일이 끝나고 방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아기랑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함께 완성하는 팀
그리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 혼자서 다 해내야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일은 팀으로서 한다는 엘리펀트의 스피릿이 마음 든든하게 일할 수 있는 이유예요.
마치며
복직하기 전에는 ‘아기를 키우면서 일하는 게 가능할까?’라는 질문 앞에 두려움이 앞섰어요. 한 달을 지내 본 지금은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혼자 잘 버텨서라기보다, 미리 같이 걱정해 주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 주는 팀 덕분이라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 한 달 차라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지만요.(웃음)
출산휴가 동안 제 빈자리를 채워 주고, 돌아와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엘리펀트 동료들께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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